해외연수기

University of Nebraska Medical Center 연수기 (미국 Nebraska, Feb 2022 – Jul 2023)

충남대학교병원 강준원 교수
오마하를 아십니까?

미국에는 52개의 주가 있다. 하나의 주에는 수많은 도시들이 있다. 토종 한국인인 나로서는 학회를 통해 몇몇 대도시는 다녀봤으나 모르는 도시가 훨씬 많은 것이 당연했다. 국외연수를 준비하며 애틀랜타의 Emory대학에 계신 고수경교수님께 상의드릴 2020년 초만해도 연수 장소에 대해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애틀랜타는 비록 직접 가보지 못했어도 여러 번 들어봐서 친숙하고 한국 사람이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선생님은 애틀랜타에 연수가는 것은 부산으로 연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했다. 몇몇 소아신경학회 교수님들도 애틀랜타로 연수를 다녀오셔서 잘 여쭤봐야겠다 생각하고 안심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난생 처음 겪는 COVID-19 팬데믹으로 국경이 닫히고 연수 과정도 멈추게 되었다. 2022년 7월에 출국하기로 계획하고 고교수님께 연락을 드리니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에 University of Nebraska Medical Center (UNMC)로 옮기셨다는 답신을 받았다. 네브라스카라는 주가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오마하라니! 지금이야 오마하가 워렌버핏과 미국대학야구 결승전으로 알려진 곳이란 걸 알게 되었지만, 그때만해도 난생 처음 듣는 주와 도시가 등장하자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오마하에 한국 사람은 사는지, 한국음식은 먹으며 살 수 있을지 등등 여러 의문과 걱정이 떠올랐다. 설상가상 UNMC의 외국인 연수 프로그램이 COVID-19으로 멈추면서 애초 7월로 계획했던 출국일은 계속 밀리게 되었다. 다행히 몇 달의 기다림 끝에 출국일 1주 전에 비자를 받아 1월 말에 출국하여 2월부터 UNMC에서 연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애틀랜타에서는 정착서비스를 이용하려 했으나 오마하는 그런 것이 없어 2주간 고교수님의 배려를 받아 교수님 댁에 세가족이 머물며 아파트와 차를 준비했다. 이 기회를 빌려 우리 가족을 흔쾌히 거두어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고교수님과 정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그렇게 쉽지 않게 시작했던 1년반의 오마하 생활이 귀국한지 몇 달 되지 않은 지금 생각해보면 꿈처럼 금세 지나갔다. 그동안 시간에 쫓겨 잘 하지 못했던 실험도 고교수님께 상의드리며 직접 스케쥴도 짜서 진행해보고 새로운 실험법도 익힐 수 있었다. 가족들과도 퇴근 후 저녁을 함께 해먹고 근처 공원에도 가며 일보다 삶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국마트는 없었지만 아시안마트에서 식료품을 조달하고 교회에서도 한국보다 더 깊은 손맛을 가지신 권사님, 집사님들의 음식을 먹으며 작은 것에 행복하고 감사했다. 월마트나 코스트코에서 한국 음식들을 만날 때면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로드트립 중에 자그마한 가게에서 한국 컵라면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란! 오마하에 도착하고 3-4개월 후에 한국 프랜차이즈 빵집이 문을 열었는데 한국에선 병원에 입점해 있어도 잘 가지 않던 곳을 여러 번 가며 향수를 달랬다. 학회 때 미국을 가면 거의 대도시로 가기 때문에 한국과 다를 바 없이 각박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오마하는 중서부의 대표 도시인 만큼 사람들이 참 친절하고 따뜻했다. 떠나기 전에 물음표였던 오마하는 연수를 마친 지금 느낌표로 바뀌어 제2의 고향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귀한 연수 기간을 허락해주신 고교수님과 쉽지 않은 연수 기간을 함께 해준 아내와 딸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3.05에 Child Health Research Institute 심포지엄의 포스터 발표장에서 고수경교수님과 함께

2023.05에 Child Health Research Institute

심포지엄의 포스터 발표장에서 고수경교수님과 함께

Harvard Medical School, Boston Children’s Hospital 연수기 (미국 Boston, Sep 2022 – Aug 2023)

가천의대 길병원 김효정 교수

안녕하세요. 저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하버드 의대, 보스턴 어린이병원 (Harvard Medical School, Boston Children's Hospital) 유전학 및 유전체학 분과(Division of Genetics and Genomics)의Timothy W. Yu 교수님 연구실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Tim 교수님은 CLN7병 환자 한 명에게 그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맞춤형으로 밀라센이라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antisense oligonucleotide, ASO)를 만들어서 연구 시작 일년 만인2018년 환자 치료에 성공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밀라센을 시작으로 다른 소아 신경 희귀 유전 질환에서도 환자 1-2명을 위해서 맞춤형ASO를 개발하고 바로 N-of-1 임상 시험까지 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Boston Children's Hospital

Boston Children's Hospital

저는 소아 신경 유전 질환들 특히 발달 및 뇌전증성 뇌병증 (Developmental and epileptic encephalopathy, DEE) 등에서 그들의 심한 지적장애나 자폐증, 조절되지 않는 신경학적 증상들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양하고 심도 있게 고민만 하고 있던 중이었고 밀라센의 성공적인 스토리는 명쾌한 치료 구상을 하고 그것을 쉽고 빠르게 임상에 적용하는 것이 현재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뭔가 더 희망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보스턴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보스턴에 8월 말 처음 도착했을 때 날씨가 맑고 좋았고 높고 푸른 하늘, 찰스 강변을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고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스턴은 미국 역사가 시작된 도시로 옛것을 보존하여 아름답고 고즈넉하고 대학이 많아서 학구적이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활기찬 도시입니다. 또한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사는 안전한 도시여서 살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하버드, MIT, 하버드 소속의 여러 병원들이 모여있고 이들이 유기적으로 쉽게 같이 연구할 수 있는 브로드 연구소가 있으며 그 주변에 바이오 회사들도 많이 모여 있어서 생명과학의 연구에 있어서 최적의 곳이기도 합니다.

Tim의 연구실에서는 여러 단계의 ASO 개발 프로젝트가 20가지 정도 진행되고 있었고 Ataxia telangiectasia 환자 두 명과 KCNT1-related DEE 환자 두 명에 대해서는 N-of-1임상 시험이자 ASO 치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프로세스는 먼저 치료를 원하는 희귀질환 환자가 의뢰되면 ASO 적용이 가능할지를 검토하고 가능하면 환자 등록을 시작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환자의 세포를 만들고 RNA 분석을 하고 ASO 전략을 세우고 만들어서 환자 세포에 적용하여 효과에 대해 평가합니다. 잘 진행이 되면 최적의 ASO를 찾기 위해 많은 추가 실험들과 독성평가 의뢰 등을 하고 IND 승인 과정을 거치면서 GMP 시설을 갖춘 곳에 의뢰하여 ASO를 생산, 여러 번의 독성 평가, 임상 시험 절차와 방법 계획 등을 거친 후 마침내 환자에게 사용합니다. 연구실의 구성원들은 생물정보학 관련 연구원, 생물학 관련 연구원, 유전 상담사 및 윤리 전문가 등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고 이들의 협력으로 환자에서 시작해서 실험실을 거쳐서 다시 환자 치료로 이어지는 특별한 중개의학 연구실입니다.

Tim은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젝트의 세부사항들을 알 수 있게 안내해 주었고 관심 있는 프로젝트의 미팅에 참석하거나 실험, 임상 시험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연구원들도 매우 친절하였습니다. 제가 맡았던 첫 번째 프로젝트는 DLG4-related synaptopathy라는 자폐증, 지적 장애, 뇌전증 등을 일으키는 희귀질환에서 특정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정상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Tim 연구실에서 중점적으로 하는 스플라이싱 교정 방법이 아니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어려움이 있었고 아직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덕분에 실험 방법을 배우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학, 유전학 공부 및 과학적 접근 방법의 전략 등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고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같은 DLG4-related synaptopathy 질환에서 스플라이싱을 교정하는 케이스였는데 그동안 배운 것을 토대로 비교적 쉽게 진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기 일도 바쁜데 물어볼 때마다 성심성의껏 알려주는 연구원들 덕분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용감하게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느낀 것은 매우 유기적인 공동연구입니다. 치료제 개발을 원하는 적극적인 보호자 들은 재단을 만들고 자금을 마련하는 일뿐만이 아니라 본인의 전공과 무관한 생물학, 유전학 등의 내용을 공부하고 세계의 관련 전문가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기도 하며 치료 전략을 세우는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Tim 은 프로젝트마다 다양한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일하게 되는데 모든 것을 공개하고 상호 존중하며 미국식 심도 있는 토론을 정기적으로 반복하면서 더욱 발전시켜 가는 것을 보고 이렇게 같이 일하는 것이 훌륭한 성과로 이어지게 되는구나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고 내가 많이 나눠 줄수록 다 같이 더욱 발전할 수 있고 결국은 더 큰 것을 얻게 된다는 철학적인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혼자 보스턴이라는 낯선 곳에, 그것도 익숙한 임상 현장이 아닌 최첨단의 중개 연구를 하는 실험실에 아무런 준비 없이 가게 되었는데 친절히 도와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Tim 은 제가 필요로 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먼저 세심하게 챙겨주었습니다. 여러 교수님들에게 저를 소개해 주고, 좋은 강의, 세미나 등을 들을 수 있게 해주고 심지어 자기 이웃의 한국인 가족도 소개해 주었고 추수감사절에 가족과 친한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도 초대해 주어 외롭지 않은 명절을 보낼 수 있기도 했습니다. 지도 교수의 성품과 성향을 따라서인지 Tim처럼 연구원들도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알려 주려고 하는 따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윌리엄과 박현정 선생님, 그리고 고현용 선생님 부부도 차 없이 지내는 저에게 보스턴 정착, 장 보는 것, 병원 진료 등 일상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었을 뿐 만이 아니라 틈틈이 소아신경과 의사와 연구원으로서 진로와 연구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앞으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해지자는 다짐도 했습니다.

환자 보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의사이자 교수라는 직책에서 벗어나서 좀 단순하게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다양성이 있는 새로운 환경에서 여유 있게 살아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 여기저기 다녀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면서 오랜 시간 잊고 산 내 본연의 모습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하기엔 나이가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 결혼을 하기엔 이제 늦어버렸다는 생각 등 틀에 맞춰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은 조금 없어졌습니다.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주저 없이 선택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베풀면서 즐겁게 지내는 것이 행복한 삶일 것 같습니다. 연수 기간 동안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Lab party at Claudia's house

Lab party at Claudia's house

Tim은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젝트의 세부사항들을 알 수 있게 안내해 주었고 관심있는 프로젝트의 미팅에 참석하거나 실험, 임상 시험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연구원들도 매우 친절하였습니다. 제가 맡았던 첫 번째 프로젝트는 DLG4-related synaptopathy 라는 자폐증, 지적 장애, 뇌전증 등을 일으키는 희귀질환에서 특정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정상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Tim 연구실에서 중점적으로 하는 스플라이싱 교정 방법이 아니어서 많은 시행 착오를 겪는 어려움이 있었고 아직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덕분에 실험 방법을 배우는 것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학, 유전학 공부 및 과학적 접근 방법의 전략 등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고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같은 DLG4-related synaptopathy 질환에서 스플라이싱을 교정하는 케이스였는데 그 동안 배운 것을 토대로 비교적 쉽게 진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기 일도 바쁜데 물어볼 때 마다 성심성의껏 알려주는 연구원들 덕분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용감하게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인상깊게 느낀 것은 매우 유기적인 공동연구입니다. 치료제 개발을 원하는 적극적인 보호자 들은 재단을 만들고 자금을 마련하는 일 뿐만이 아니라 본인의 전공과 무관한 생물학, 유전학 등의 내용을 공부하고 세계의 관련 전문가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기도 하며 치료 전략을 세우는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Tim은 프로젝트 마다 다양한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일하게 되는데 모든 것을 공개하고 상호 존중하며 미국식 심도 있는 토론을 정기적으로 반복하면서 더욱 발전시켜 가는 것을 보고 이렇게 같이 일하는 것이 훌륭한 성과로 이어지게 되는구나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고 내가 많이 나눠 줄 수록 다같이 더욱 발전할 수 있고 결국은 더 큰 것을 얻게 된다는 철학적인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With Tim

With Tim

혼자 보스턴이라는 낯선 곳에, 그것도 익숙한 임상 현장이 아닌 최첨단의 중개 연구를 하는 실험실에 아무런 준비 없이 가게 되었는데 친절히 도와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Tim은 제가 필요로 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먼저 세심하게 챙겨주었습니다. 여러 교수님들 에게 저를 소개해주고, 좋은 강의, 세미나 등을 들을 수 있게 해주고 심지어 자기 이웃의 한국인 가족도 소개해 주었고 추수감사절에 가족과 친한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도 초대해 주어 외롭지 않은 명절을 보낼 수 있기도 했습니다. 지도교수의 성품과 성향을 따라서인지 Tim처럼 연구원들도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알려 주려고 하는 따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윌리엄과 박현정 선생님, 그리고 고현용 선생님 부부도 차 없이 지내는 저에게 보스턴 정착, 장보는 것, 병원 진료 등 일상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었을 뿐 만이 아니라 틈틈이 소아신경과 의사와 연구원으로서 진로와 연구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앞으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해지자는 다짐도 했습니다.

환자 보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의사이자 교수라는 직책에서 벗어나서 좀 단순하게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다양성이 있는 새로운 환경에서 여유 있게 살아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 여기저기 다녀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면서 오랜 시간 잊고 산 내 본연의 모습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하기엔 나이가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 결혼을 하기엔 이제 늦어버렸다는 생각 등 틀에 맞춰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은 없어졌습니다.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주저없이 선택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베풀면서 즐겁게 지내는 것이 행복한 삶일 것 같습니다. 연수기간 동안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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