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홀(Wormhole), 우주에서 두 지점을 연결하여 시간 여행을 가능케하는 시공간의 이론적인 굴곡을 의미한다. 사진이 나에게 이와 같다. 현실의 나와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해주는 존재인 것이다. 취미로 시작하였던 사진이 해를 거듭할수록 진심이 되고, 결국 “필연”이 되었다.
카메라를 들고 10여 년간 제주 오름을 들고나던 중, 어느 날 나무가 내게 말을 걸어왔고, 나무와 내가 대면하게 되었다. 내가 나무에게 시선을 건네자, 그는 나에게로 와서 ‘나만의 나무’가 되어 주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 이라는 시가 내게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저들만의 규칙속에 살아가는 나무들의 모습속에 인간의 삶이 보인다. 어떤 나무는 슬프고, 어떤 나무는 아프며, 또 어떤 나무는 지혜롭게 다가온다. 마음 생채기를 안고 자연속으로 들어가 나무에게 말을 건넨다. 그런 나를 보며 나무는 말없이 내 마음 옷으로 갈아입고, 나의 상처를 받아낸다. 그리고, 나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나의 상처를 꺼내어 어루만지고, 마음을 순화해 본다. 오늘을 살아내는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에서 삶의 자세를 배우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재난 현장의 소방관이 심리상담을 통하여 정신적 트라우마를 예방하고, 자기 관리하는 방법을 배운다. 나에게는 나무가 심리상담사인 것이다.
나무는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형체(像)를 가진 나무 + 심상(心想) 나무. 감상자의 경험과 감성의 정도에 따라 현존의 나무가 개별적인 심상나무로 재탄생한다. “상상목(想像木)” 이라는 전시 제목은 현실의 나무와 심상나무의 합이다. 또한, 실재와 심상을 너머 제목 그대로 또 다른 상상나무가 될 수도 있겠다. 풍경을 담는다는 것은 보이는 것 속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담는 행위이다.
비바람이 클수록 나무의 뿌리는 두꺼워지고, 깊게 땅 밑으로 내려앉는다. 사진과 함께하면서 녹록치 않은 병원 생활을 견디어 내는 동안 내 마음 근육도 단단해지고, 가슴 속 깊이 뿌리내렸다. 어떤 풍경은 눈에서 끝이 나고, 어떤 풍경은 머리속에서 끝이 나며, 또 어떤 풍경은 마음속 깊이 자리잡는다. 전시 기간 내내 작품 속 나무 풍경이 관람자의 마음속 깊이 자리를 잡아, 위로의 나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나무의 진심이 관람객에게도 전달이 되기를 바랬다. Time will tell. 시간이 흐르면 상처도 아문다. 나무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자연에서 배운다.
안녕하세요? (前)제주대병원 소아신경과 김승효입니다. ‘뜻밖의 취미생활’ 코너에 첫 연재자가 되었네요. 2011년 제주대학교 소아신경과 교수로 근무를 시작하면서 13년간 틈틈이 촬영한 사진으로 두 번의 사진상을 받고, 개인전도 여러 차례 하였습니다. 2022년 9월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개인부스전에서 “어떤 나무”로 전시를 하였고, 사진작가들 틈바구니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2022년 11월 사진진주 포트폴리오 리뷰 대회에 나가서 우수포트폴리오 상을 받았습니다. 시상식때 진주 경상대병원 염정숙 교수님께서 직접 오셔서 축하해 주셨습니다^^. 염정숙 교수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합니다. 이후 2023년 2월 인사동 토포하우스 개인전을 시작으로 청주(밝은방 갤러리), 진주(온 갤러리), 대전(더빔 갤러리), 부산(갤러리 051), 그리고, 7월 서울 종로(공간 미끌)에서 개인 초대전을 하였습니다. 곧 전북 익산에서 전시 예정이고, 내년에는 제주에서 전시 준비중입니다.
저의 사진 취미 생활은 13년간 대학교수로서의 삶을 지탱하게 해준 힘이었습니다. 뜻밖의 취미생활이 결실을 맺으며 관람객들에게 선보이는 기회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소신을 다해 임하시는 소아신경과 교수님들, 그리고, 전임의를 비롯하여 전공의 여러분들도 저마다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취미 생활을 계발하고, 잘 가꾸고, 발전시키셔서 심신위안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레벨까지 올리시는 노력, 아끼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모두 어디서든 늘 건강하세요^^.
2022.11.6~11.20 사진진주 2022 사진축제, 목격자
2023.2.1~2.7 제8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토포하우스상, 수상자전, 상상목(想像木)
2023.2.8~2.27 청주, 밝은방 갤러리, 상상목(想像木)
2023.3.1~3.27 진주, 온 갤러리, 상상목(想像木)
2023.3.28~4.15 대전, 더빔 갤러리, 상상목(想像木)
2023.6.30~7.13 부산, 포토갤러리 051, 상상목(想像木)
2023.7.15~7.29 서울, 공간미끌 갤러리, 어떤 나무
2022.9.9~9.15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어떤 나무
2022.12.21~12.26 크리스마스선물전, 인사아트센터, 침묵
2022.12.23~12.31 사진집 출판 기념 10인 단체전, 갤러리 강호, 어떤 나무
2023.1.16~1.22 이음 그리고 회복, 인사동, 갤러리 강호
2023.4.7~4.17 화이트레드블랙, 청주, 한국공예관
2022년 9월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예술의전당) 갤러리상 (토포하우스)
2022년 11월 사진진주 Portfolio Review Winner
김승효 사진집, 어떤나무, A certain tree, 출판사 : 하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