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은 환자로 하여금 발작을 하도록 만드는 뇌신경 질환으로, 가장 흔한 신경계 질환 중 하나입니다.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발열 등)가 없는 상태에서 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이상의 발작을 하였을 때 뇌전증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뇌전증의 발생률은 연간 100,000명당 50-70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1세 이전과 소아기 전반부에 매우 높고, 이후 감소하여 성인기에 가장 낮은 발생률을 보이며 68-70세 이후에 다시 증가하는 형태를 보입니다. 발작이 처음 발생한 후 두 번 이상의 발작이 발생할 위험률은 40-50%정도이며, 이 중 80-90%가 2년이내 발생합니다. 뇌전증으로 진단되기 전 발달력이 정상이고 뇌 MRI 및 뇌파에서 이상이 없는 환자의 20-30%에서 재발하나, 발달장애 및 증상 병변을 동반한 환자는 재발률이 약 50-70%로 증가합니다.
발작이 보일 때는 소아가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전신 발작을 보일 때는 옆으로 눕히거나 고개를 한 쪽으로 돌려 입안의 분비물이 옆으로 배출되어 기도를 막지 않도록 자세를 취해 줍니다. 발작 도중에는 소아 입 안에 아무 것도 넣지 않도록 합니다.만약 이번이 첫 발작이거나,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며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거나, 발작이 계속반복되거나, 발작 외 다른 심각한 질환이 의심된다면 소아를 바로 근처 병원으로 데려가거나 119에 연락을 해야 합니다.
[그림: “소아신경학, 제3판” 대한소아신경학회, 군자출판사, 2021]
증상 및 징후
발작은 뇌의 어느 부분이 관련되는지에 따라 환자에 따라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신체 일부분이나 전신이 규칙적으로 움찔거리거나 지속적으로 뻣뻣하게 힘이 들어갈 수도 있고, 주위에 반응이 떨어지며 멍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으며, 이상한 기분/감각을 느낄 수도 있고, 의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구토를 하거나 본인도 모르게 소변 또는 대변을 볼 수도 있습니다. 발작 후에는 졸려 하고 피곤해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발작은 크게 뇌의 일부분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부분(초점성)발작과 양쪽 뇌에서 모두 발작이 발생하는 전신발작으로 분류합니다.
[부분(초점성)발작]
부분발작이 일어나기 전에 환자는 전조증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조 증상은 흔히 공포감 등의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기분, 시각 증상, 청각 증상, 후각 증상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분발작은 의식 소실을 동반하지 않는 단순부분발작과, 의식 소실을 동반하는 복합부분발작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의식 소실을 동반하는 복합부분발작 중에는 멍하니 반응이 떨어지며 입을 쩝쩝거린다거나, 손으로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이거나, 팔을 흔드는 모습 등을 보일 수 있습니다.
[전신발작]
1) 강직간대발작
강직간대발작은 이전에 대발작으로 불리던 발작으로, 보통 뇌전증성 발작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발작 형태입니다. 강직간대발작은 먼저 강직 단계가 나타나고 바로 간대 단계로 넘어가는 두 단계로 나타납니다. 강직 단계에서는 의식을 잃고 전신이 뻣뻣해지며, 대개 쓰러지게 됩니다. 간대 단계에서는 몸이 움찔움찔 떨리며, 소변 또는 대변을 볼 수 있고, 청색증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강직간대발작은 대개 수 분 후 멈추지만,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발작 후에는 환자에게 두통이 발생할 수 있고, 직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기 힘들어하며, 졸리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2) 결신발작
결신발작은 이전에 소발작으로도 불리던 발작으로, 짧게 의식이 소실되는 발작입니다. 환자가 하던 일을 멈추고 멍하니 있는 모습을 5-20초 이내로 보이며, 이때 눈을 깜박거리거나 몸을 살짝 움찔거릴 수도 있습니다. 의식이 회복한 뒤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전에 하던 행동을 이어서 합니다. 4–12세 소아에서 주로 나타나며, 하루에 여러 번 나타나기도 합니다.
3) 근간대발작
근간대발작은 마치 전기충격을 받은 것처럼 몸이 움찔하는 발작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직후 잘 발생하며,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번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근간대발작 도중에는 대부분 환자는 의식이 깨어 있습니다.
4) 강직발작
강직간대발작의 첫 단계와 같이, 갑자기 전신 근육이 뻣뻣해지는 발작을 말합니다.
5) 간대발작
간대발작은 강직간대발작처럼 전신이 움찔움찔 떨리지만 처음에 뻣뻣해 지지 않고 바로 떨리는 발작을 말합니다. 주로 수 분 지속되고 의식을 잃을 수 있습니다.
6) 무긴장발작
무긴장발작에서는 갑자기 전신 근육에 힘이 빠지며 쓰러지게 됩니다. 대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며 대부분 환자는 바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발작이 한 번 발생했다고 하여 모두 뇌전증 진단이 내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발생하거나, 1회 발작 후에도 뇌전증 전문 의사가 판단하기에 발작이 반복될 것이라고 판단되면 뇌전증이라고 진단합니다. 따라서 발작 양상을 가능한 자세히 기록하여 병원을 방문하고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원인
뇌전증은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15-40%에서 원인이 확인되는데 뇌신경에 신호를 전달하는 뇌 화학물질(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유전자 변이, 뇌기형, 뇌손상, 뇌종양, 중추신경계 감염, 뇌경색 등 아주 다양한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뚜렷이 밝힐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단
발작은 주로 짧게 일어나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의 경련하는 모습을 대개는 볼 수 없습니다. 특정한 발작 유형은 나이와 관련이 있으므로 첫 발작이 시작되었을 때의 나이와, 나이에 따른 발작 양상이나 빈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또한 발작 바로 직전에 있었던 일을 조사합니다. 초점발작에서 의식소실 이전에 나타나는 객관적 징후 없이 환자 스스로 주관적으로 느끼는 발작의 초기증상으로, 뇌전증의 편측화 또는 국소화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발작이 일어나기 직전과 직후 환자가 깨어 있었는지, 자는 상태였는지를 확인합니다. 환자가 깨거나 잘 때 나타나는지, 잘 때 발생하는 발작이면 발작이 수면 시작 시, 깨기 전 혹은 직후, 수면 중간에 나타나는지도 조사합니다. 발작 양상이 진단에 매우 중요하므로 얼마나 발작이 지속되었는지, 어떤 모양으로 (팔다리 모양, 얼굴 모양, 의식이 있었는지) 발작을 했는지, 이전에도 발작을 한 적이 있었는지 등의 정보를 최대한 자세히 기록하고 내원해야 합니다. 두 번 이상의 발작이 연달아 발생하면 발작 간의 의식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발작 시 혀 깨물기, 눈돌림, 대소변실금, 불규칙한 호흡, 청색증이 동반되었는지 확인하며, 발작 후에 혼돈, 피로, 졸림, 국소 마비 등이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병력 청취 후 뇌전증성 발작이 의심될 경우 기본 혈액검사, 뇌파검사, 뇌MRI와 같은 뇌영상검사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치료 및 예후
뇌전증 치료의 목적은 발작의 빈도나 강도를 감소시키거나 발작을 없앰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발작으로 인한 위험한 사태를 예방하고 환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항뇌전증약은 뇌전증 병소부위로부터 전파되는 비정상적인 전기활동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하며, 약을 끊은 후에도 발작이 재발하지 않으면 뇌전증이 치료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도까지는 발작없이 최소한 2-3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약물치료는 집에서 복용하는 경구투여 약물이 대부분이고, 발작의 형태에 근거하여 가장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약을 선택하며, 한가지 약으로 치료를 시작하며, 용량은 발작이 조절되거나 독성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증량합니다. 첫 약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는 서서히 감량하면서 두번째 약으로 대치하여 차츰 증량합니다. 발작이 조절되어도 투약을 지속해야 하며, 기간은 뇌전증 종류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최소한 2년 이상 발작이 없고 뇌파가 정상이 될 때까지 지속합니다. 약물치료 외에는 케톤생성 식이요법, 미주신경자극술, 뇌전증 수술 등의 치료가 있습니다.
뇌전증의 예후는 환자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발작이 약물치료로 잘 조절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난치성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몇 증후군의 경우에는 예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치료를 해 나가며 반응을 살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감수 : 고아라 선생님 (세브란스어린이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