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성 근위축증 (Spinal muscular atrophy, SMA) 은 운동신경세포의 기능손상으로 인해 근력이 저하되고, 근육이 위축이 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입니다. 영유아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아형에 따라 기기, 걷기, 머리와 목 가누기, 삼키기 등 운동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발병률은 대략 신생아 6,000~10,000 명당 1명 이고, 여성과 남성에서 동일한 비율로 나타납니다.
증상
척수성 근위축증의 아형, 질환의 단계, 개인차에 따라 그 증상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대칭적으로 근력이 떨어지고, 사지의 근위부에서 더 광범위 합니다. 근긴장도 저하, 얼굴 근육 기능저하, 혀 근육 수축, 호흡기능 저하가 나타나게 됩니다. 심부건 반사는 거의 없거나 미약합니다. 지능 저하나 괄약근 침범은 없습니다. 질환이 진행되면 관절 구축이나 척추측만증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분류
척수성 근위축증은 발병 시기, 획득 가능 운동 발달 정도에 따라 제 1 형에서 제 3 형으로 분류 됩니다. 최근에는 성인에서 발병하는 4형이 추가되었습니다. 약 4분의 1이 1형이고, 2분의 1정도가 2형이며 나머지가 3형에 속합니다.
제 1형
가장 흔하게 발생하고 증상이 가장 심한 형태로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약 50%를 차지합니다. 출생 후 6 개월 미만에서 증상이 나타납니다. 도움 없이 앉는 것이 불가능하며, 근긴장저하, 머리 제어 불가능, 안면근력 약화, 호흡곤란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연수 침범으로 혀의 근다발수축을 보이며 빠는 힘이 약하고 잘 못 삼킵니다. 이로 인해 기도 보호가 안되어 흡인성 폐렴이 발생할 위험이 큽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대부분 2 세 이전에 호흡 부전으로 사망합니다.
[그림: “소아신경학, 제3판” 대한소아신경학회, 군자출판사, 2021 ]
제2형
중간 정도의 심한 증상을 특징으로 합니다. 발병 시기는 대부분 6개월 이후 18개월 이전에 나타납니다. 혼자 앉는 것은 가능하나 독립 보행이 불가능하고, 휠체어가 필요합니다. 진행되면 관절 구축이나 척추측만증을 보일 수 있습니다. 삼키는 힘이 약하여 체중증가가 잘 안될 수 있으므로 비위관 영양이 필요합니다. 상기도 감염 시 근약화로 기도내 분비물 배출과 기침을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와 젊은 성인기에 호흡부전으로 흔히 사망합니다.
제3형
3형 척수성 근위축증은 증상이 다양합니다. 근력 약화는 생후 18 개월 이상에서 나타납니다. 독립 보행이 가능하나, 점차적으로 근력이 약화되어 보행 능력을 잃게 되고 휠체어 등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척추측만증이 발생하나 2형보다 늦은 나이에 발생합니다.
제4형
가장 드문 아형입니다. 성인기에 증상이 나타나며 가장 경한 운동 증상을 보입니다. 보행이 가능하며, 호흡, 식이 문제가 없습니다. 1형이나 2형과 달리 관절운동제한이 상대적으로 흔합니다.
원인
이 질환은 5 번 염색체에 있는 SMN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합니다. SMN1 유전자는 SMN 단백질을 합성합니다. 척수성 근위축증에서는 SMN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SMN 단백질의 결핍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근육과 운동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근육이 적절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방치되며, 근력저하, 근위축이 생기게 됩니다. 이 질환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으로 두 개의 SMN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질환을 일으킵니다. 돌연변이가 한 개만 있는 경우는 “보인자” 라고 하며, 이런 경우에는 증상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보인자인 부모로부터 한 개씩 돌연변이 유전자를 받아서 발생합니다. 보인자 빈도는 약 40 에서 60 명중 1명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만약 부모가 모두 보인자인 경우에는 척수성 근위축증 아이가 출생할 확률은 25% 가 됩니다.
5 번 염색체에는 SMN1 유전자와 유사한 SMN2 유전자가 있고,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SMN2 유전자의 개수는 다양합니다. SMN2 유전자는 SMN 단백질을 약 10% 정도 합성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SMN2 유전자의 개수는 건강한 사람은 관계 없지만, 척수성 근위축증에서 SMN2 유전자가 많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적은 사람보다 덜 심각한 형태의 질환을 보이게 됩니다.
진단
임상 평가, 신체 증상, 신경학적 검진 소견, 환자의 가족력을 조사한 후에 근력 약화를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서 근전도 검사, 근조직 검사,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근전도 검사에서 신경성 패턴을 나타내고, 근육 조직 검사에서 근육에 퇴행성 위축이 나타나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척수성 근위축증이 의심된다면 근전도 검사, 근육 조직 검사 없이 첫 단계의 유전자 검사로 95% 의 환자를 확진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 하나만 시행하여 진단하기도 합니다.
치료 및 예후
이전에는 각종 부작용과 합병증을 조절하고 완화시키기 위한 대증요법과 지지요법치료를 중점적으로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SMN 단백질의 합성을 증가시키는 다양한 치료제들이 개발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제에는 SMN1 유전자를 직접 주입하는 치료와, SMN2 유전자에서 SMN 단백질의 합성을 증가시키는 치료가 있습니다. 질환의 아형, 단계에 따라서 앉거나, 걸을 수 있게 되고 호흡기능, 식이섭취기능 등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 치료제들로 척수성 근위축증이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질환의 어느 시점에 치료를 시작 했는가에 따라 근력약화 증상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호흡 기능, 식이섭취기능, 관절 유동성을 유지하고 근골격계의 변형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근육 위축에 의한 형태 변형과 기능 장애를 줄이기 위해 물리치료가 처방될 수 있으며, 보행이나 기립을 위한 보조 기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호흡과 관련된 근육이 매우 약해졌을 경우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여 호흡을 도울 수 있습니다. 연하곤란이 발생하는지 모니터링을 해야 되며 필요하다면 장관 영양을 통해 영양 공급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치료제들로 환자들의 생존률과 운동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조기에 치료할 수록 생존하는 운동신경세포 수가 많아지고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서 더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감수 : 이윤정 선생님 (경북대학교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