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섬유종증 (Neurofibromatosis, NF)은 신경계에서 종양이 자라게 되는 유전 질환입니다.
종양은 신경을 구성하는 세포와 신경을 감싸고 보호하는 얇은 막인 수초에서 시작됩니다. 종양은 말초신경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드물게 뇌와 척수에도 생기며 주변 조직을 변형시키거나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한쪽 부모가 질환이 있을 경우 50%의 확률로 자녀에게 유전되며 전체 환자 중 약 50%는 이렇게 부모에게 유전된 경우입니다. 나머지 절반의 환자는 자연발생(유전에 의하지 않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므로 가족 병력이 없습니다.
임상증상
신경섬유종증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1형 신경섬유종증(NF1)은 그 중 가장 흔한 형태의 질환이며 증상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소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초기의 임상 소견은 밀크 커피색 반점(카페오레 반점, cafe-au-lait-spot)입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있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날 수도 있으며, 어린 시절 내내 크기, 숫자 및 색소침착이 증가합니다. 사춘기 이전에는 최대 직경이 5mm 이상, 사춘기 이후에는 최대 직경이 15mm 이상인 반점이 6개이상 관찰되면 의미가 있습니다. 주근깨는 출생 시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3-4세 이후에 직경 2-3mm의 과도색소침착이 겨드랑이 또는 서혜부에서 다수 관찰되며, 목이나 몸 및 사지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피부 혹은 피하 신경섬유종은 고무처럼 탄성이 있고 자주빛을 띤 병변으로 크기는 수 mm에서 수 cm까지 다양하며 모양은 편평하기도 하고 결절처럼 나타나기도 합니다. 어린 소아에서는 드물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이가 많은 소아, 청소년 및 성인에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얼기형 신경섬유종은 신경줄기가 광범위하게 굵어진 것으로 출생 시부터 관찰되며, 얼굴의 안와 및 측두 부위에 호발합니다. 2개이상의 신경섬유종이나 하나 이상의 얼기형 신경섬유종이 관찰되면 의미가 있습니다. 안과적 양상으로는 Lisch 결절, 녹내장, 시각신경 교종(optic glioma) 등이 있습니다. Lisch 결절은 홍채의 과오종으로 6세경 나타나기 시작하여 성인이 되면 95%에서 관찰됩니다. 세극등(slit lamp) 검사로 관찰할 수 있으며, 2개 이상 관찰되면 의미가 있다. 시각신경 교종은 신경섬유종증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종양으로, 환자의 15%에서 관찰되며, 대부분 무증상이나 크기가 커지면 시력 저하나 시야 감소 등 시작 증상이 나타나며 시상하부를 침범하면 내분비 증상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점차 커질 수 있으므로 10세 이전에는 매년 안과검사가 필요합니다. 대표적 신체 징후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부의 밀크 커피색 반점(카페오레 반점, cafe-au-lait-spot)
* 겨드랑이 혹은 사타구니 부위의 주근깨
* 분리형 신경섬유종(discrete neurofibroma) 또한 얼기형 신경섬유종(plexiform neurofibroma)
* 리쉬 결절(Lisch nodule)이라고 불리는 눈의 홍채에 있는 반점
* 특징적인 뼈의 변화 (정강뼈가 휘거나 안면 비대칭, 척추측만증)
* 시신경 교종
[글/그림: 김건하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Korea cancer center hospital) 소아청소년과 신경발달클리닉]
1형 신경섬유종증은 대부분 양성종양이지만, 드문 경우에는 악성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신경이 있는 신체 모든 부위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저신장, 대두증, 학습장애, 경련, 성조숙증, 이차성 고혈압(신혈관협착이나 부신종양이 원인)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2형 신경섬유종증(NF2)은 제8 뇌신경의 전정신경 가지에서 전정신경초종(vestibular schwannoma)이라는 종양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과거에 청신경종양(acoustic neuroma)으로 불렸으나, 실제로는 전정신경에서 발생하여 인접한 청신경을 누르면서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확인되어 전정신경초종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소아기에서는 미세한 피부 신경초종이나 눈의 렌즈혼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간과하기 쉽습니다. 주로 청소년기 이후 전정신경초종이 발생하면서 난청, 이명, 그리고 균형 장애가 경미하게 나타나면서 진단되고 계속 크기가 커져서 청신경을 누르기 시작하면 서서히 청력도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세번째 형태인 신경초종증(schwannomatosis)은 신체의 여러 곳에서 다발성 신경초종이 발생하는 아주 드문 질환입니다. 청신경을 제외한 신체 거의 모든 신경에 양성 종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 증상은 신경초종이 신경이나 인접 조직을 압박하면서 발생하는 통증이며 손가락과 발가락에 무감각, 따끔거림 또는 쇠약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진단
대부분 일상적인 검진을 받다가 밀크커피색 반점을 발견하거나, 미용과 관련된 증상 때문에 의사 진료를 받거나, 또는 신경섬유종증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신경섬유종증에 대한 진단검사를 받게 됩니다. 의사는 진단기준에 포함된 임상기준들을 하나씩 확인한 후 최종 진단을 내리게 되며 이를 위해 가족력확인, 진찰, 영상검사, 안과 협진 및 유전자 검사 등을 시행하게 됩니다.
치료
제1형 신경섬유종증은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 방문마다 피부를 확인하고 뼈의 이상 유무와 고혈압 발생 유무를 확인 합니다. 척수 신경섬유종의 증상은 미묘하고 천천히 진행될 수 있으므로, 근육 위축이나 감각이상, 쇠약 등 감각/운동 증상의 미묘한 변화를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시신경 병변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매년 안과 검진이 중요하며 시신경교종 발생 부위에 따라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성성숙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발달지연 및 학습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조기 개입을 위해 발달 속도 및 학업성취도에 대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한편, 분리형 신경섬유종은 미용적 또는 의학적 이유로 제거하기도 하지만, 신경섬유종의 한 형태인 얼기형 신경섬유종은 건강한 정상세포 주변에 얽혀있기 때문에 기능적 손상 없이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다행히도, 이런 경우에 차선책으로 쓸 수 있는 첫 신경섬유종증 치료제가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되었으며 2021년 국내에서도 긴급 승인되어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2형 신경섬유종증의 종양은 환자연령, 종양성장 속도에 따라 수술여부를 선택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청력이 감소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종양으로 인한 청력 저하가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수술을 미루게 됩니다. 또한 감마나이프 등을 활용한 방사선치료는 수술보다 신경손상의 위험은 낮지만 큰 종양을 축소하는 데는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혈관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사용한 화학요법은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청력을 개선할 수 있지만 일부는 전혀 반응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예후
1형 신경섬유종증의 증상은 대부분은 경미하여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신경섬유종으로 인한 미용 및 심리적 문제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일부에서 학습장애, 뇌전증, 양성종양으로 인한 신경계 합병증 및 악성종양이 발생하여 치료가 필요합니다. 2형 신경섬유종증의 경과는 개인마다 크게 다르지만 양쪽 귀의 청력 상실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발생합니다.
감수 : 김건하 선생님 (서울원자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