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랑바레증후군 (Guillain-Barre syndrome, GBS) 은 감염 이후의 면역반응에 의해 여러 말초신경의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말초신경은 뇌나 척수에서 나와 온 몸에 나뭇가지처럼 퍼져있습니다. 건강한 영유아 및 소아에서 나타나는 급성 마비 질환으로 매년 10만명당 0.8명의 빈도로 발생하고 남자가 여자보다 1.5배 흔합니다. 호발 연령은 소아에서 4-9세이며 2세 이하에서는 드물게 발생합니다. 주로 운동신경을 침범하지만 때로는 운동, 감각, 자율신경을 모두 침범하기도 합니다.
증상 및 징후
일반적으로 마비가 오기 전에 피로감과 함께 팔, 다리에 근육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다리 통증과 걷지 않으려 하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근력 저하는 대개 팔 다리의 말단부에 발생하나, 15%에서는 중심부에 가까운 근육의 마비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마비 증상은 대개 다리에서 시작하여 수일에서 수 주, 보통 1~2주에 걸쳐 위로 진행되는 상행 마비를 보이며 최후에는 호흡을 조절하는 근육을 침범하여 자발 호흡이 안 될 경우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합니다. 상행 마비는 대칭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나 9%에서는 비대칭으로 나타납니다. 급속히 진행하는 경우는 24시간 안에 호흡근의 마비를 초래할 수 있고 삼킴 기능의 장애, 얼굴 근육 마비 등은 호흡근의 마비가 임박했음을 의미하는 징후입니다. 그 외에도 뇌신경 침범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약 30%에서 초기에 발생하고, 진행하면서 50%정도에서 발생합니다. 안면신경 마비가 흔하고 그 외에 연하장애, 비음, 안검하수, 복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감각신경도 흔히 침범되는데 이상감각 혹은 감각 소실을 호소합니다. 약 50%에서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심장무수축, 서맥, 부정맥, 기립성저혈압, 고혈압, 장마비, 배뇨장애, 땀분비 장애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발병 후 2~3주부터 증상이 점차 호전되어 발병 순서의 역방향으로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소아는 성인에 비해 회복이 빠르며 후유증이 적습니다. 대부분 2-18개월 이내에 회복됩니다. 호흡부전, 팔의 마비 등이 먼저 좋아지고, 다리의 마비가 정상화되며, 심부건 반사가 마지막으로 회복됩니다.
원인
65%에서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의 선행 질환이 있고 위장관염을 앓고 난 후 또는 예방접종을 받은 후 10일 전후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전 요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병원균과의 연관성도 보고되었는데 가장 흔한 균은 캄필로박터(Campylobacter)입니다. 캄필로박터는 위장관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 오염된 물이나 위생적으로 처리하지 않았거나 완전히 요리되지 않은 닭요리를 섭취해서 발생합니다. 캄필로박터에 의해 길랑바레증후군이 발생한 경우 예후가 불량해서 회복이 늦고 후유증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캄필로박터 등의 감염원의 항원부위와 말초신경의 신경의 밖을 싸고 있는 수초 성분에 대한 교차반응 자가 항체로 인해 말초신경세포가 파괴되어 증상이 나타납니다.
진단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함께 뇌척수액 검사와 신경전도 검사로 하게 됩니다. 뇌척수액검사는 허리 척추 부분에서 뇌척수액을 받아서 보는 검사로 뇌척수액 내 세포 수가 많이 증가하지 않고 단백질 수치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소견은 초기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연속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신경전도 검사에서 운동신경전도 속도는 대부분 크게 감소되어 있고 감각 신경 전도 속도는 정상이거나 약간 저하됩니다. 척수 MRI 에서는 척수근과 말총(cauda equine)에서 조영 증강이 발병 첫 수주(평균 13일) 동안 관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견은 바이러스감염, 일부 대사질환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될 수 있는 비특이적인 소견이므로 MRI만으로 길랑바레증후군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치료 및 예후
길랑바레증후군이 의심될 때에는 하루 안에 급속히 진행하여 호흡이 잘 안될 수 있으므로 입원 관찰이 필요합니다. 모든 환자는 운동기능, 혈압, 맥박, 호흡기능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야 합니다. 치료는 정맥 주사를 통한 면역글로불린을 2일, 3일 또는 5일 동안 투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정맥 내 면역글로불린에 투여가 효과가 없을 때는 환자 자신의 신경세포를 공격하는 항체를 제거하기 위하여 혈장교환술을 시행합니다.
길랑바레증후군은 증상이 심한 정도와 장기적인 예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으나 근력의 저하가 서서히 진행한 경우가 예후가 좋습니다. 소아가 성인에 비해서 회복이 잘 되고 전체 환자 중에서 85%가 완전히 회복하며 이중 70%는 1년 이내에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합니다. 어린 나이, 발현 당시부터 최고 장애 상태, 10일째 사지마비 지속, 기계호흡기의 필요, 뇌신경 침범 및 신경전도검사에서 운동신경의 무반응 또는 저반응 소견이 있으면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15%에서 보행 불능 혹은 보행 장애와 같은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고, 5% 정도의 환자는 호흡부전, 심장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수 : 이보련 선생님 (부산백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