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Cerebral palsy, CP) 란 발달 과정 중인 미성숙한 뇌에 발생한 비진행성의 병변으로 인하여 영구적인 운동장애 및 자세 이상 혹은 활동의 제약을 보이는 임상 증후군을 말합니다. 뇌성마비는 세계적으로 0.15-0.2%정도이며, 국내에서는 0.25-0.41%로 보고됩니다. 뇌성마비의 발생 시기, 원인, 임상 양상, 동반되는 장애, 사회적 능력의 손상 정도 및 예후는 개인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뇌성마비 발병 자체와 인지기능의 손상 정도는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지는 않아서, 뇌성마비를 가진 많은 환자들이 고등교육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직업생활을 하는 성인이 됩니다.
원인
뇌성마비의 원인은 다양하며, 많은 경우에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할 수 있으며 약 20% 정도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생 전 원인과 주산기 원인이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또한 임신 전 산모의 과거력, 나이 등이 위험인자로 보고됩니다. 출산 전 위험 인자들로는 유전질환, 임신중독증, 대사 및 호르몬 질환 및 자궁 내 선천 감염 등이 있으며, 조산, 조산으로 인한 출혈 혹은 저산소성 허혈 뇌병증 및 그로 인한 신경학적 후유증 등이 주요한 위험 인자입니다. 출생 후에는 중추신경계 감염과 손상 등으로 인한 뇌병증이 약 12-15%를 차지합니다.
분류 및 임상 양상
운동 장애의 형태에 기초하여 강직형, 운동이상형, 운동실조형, 혼합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또한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부위에 따라 단일마비(monoplegia), 하지마비(paraplegia), 편마비(hemiplegia), 양측마비(diplegia), 삼지마비(triplegia), 사지마비(quadriplegia)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뇌전증, 지적장애, 학습장애, 시력장애, 사시, 발음장애, 청력 상실 등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1) 강직형 양측마비(spastic diplegia)
양측 사지에 장애를 보이고 상지에 비하여 하지에 더 심한 마비를 보이는 경우를 말하며, 상지의 기능이 정상인 경우는 하지마비(paraplegia)라고 합니다. 뇌성마비의 유형 중 가장 흔하며 미숙아에서 잘 나타납니다. 미숙아는 대뇌 혈류의 급격한 변화에 의하여 뇌실주위 출혈이나 백질연화증을 초래하기 쉬우며 운동 발달의 이상을 보이게 됩니다. 대개 소근육 운동장애 보다는 이동 운동의 장애가 문제가 되며, 경한 양측마비의 경우 정상 소아에 비하여 앉기는 2개월, 서기는 5개월, 걷기는 10개월 정도 늦어집니다. 심한 양측마비의 경우에는 첫 2년동안의 발달은 매우 느리고 이후 서서히 발달되지만 7-8세 경에 이르면 더 이상 발달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상지의 신경학적 침범은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심각한 지능 장애가 없으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2) 강직형 사지마비(spastic quadriplegia)
드물지만 가장 심한 형태의 뇌성마비로 사지 뿐만 아니라 머리와 목의 운동장애를 동반합니다. 주로 만삭아에서 저산소성-허혈성 손상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대개 정신지연을 동반하며 뇌전증 발작이 심할수록 심한 지체를 보입니다. 광범위한 대뇌 손상의 결과로 동반되는 합병증도 많아 대퇴골 탈구, 관절 구축, 척추측만증 등의 근골격계의 장애가 흔하며 구음장애, 연하장애, 빨거나 씹기 어려움, 침흘리기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3) 강직형 편마비(spastic hemiplegia)
편마비의 70-90%는 선천 편마비에 해당되며 나머지가 후천적 원인에 의하여 발생합니다. 선천 편마비 환자의 대부분은 만삭아로, 임신중 태내 뇌혈관 색전증이나 주산기 뇌출혈에 의하여 발생합니다. 미숙아의 경우는 측뇌실 주위 백질연화증을 보입니다. 발달 단계는 정상아에 비해 4-6개월 정도 뒤떨어지게 되며 3세경에는 대부분 걷게 됩니다. 지능 발달의 정도는 편마비의 정도와 뇌전증의 발생 유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경우 난치성 뇌전증의 발생은 드물고 치료에 잘 반응합니다.
4) 운동이상형(Dyskinetic type)
운동 이상은 움직이려고 할 때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운동이며, 신경핵의 저산소성-허혈성 손상에 의해 잘 발생합니다. 운동 이상 소견은 6개월 이후의 영아 후기에 서서히 나타나며 과운동형 혹은 무정위운동형과 전반적인 근긴장의 항진에 의하여 사지가 뒤틀린 자세를 취하는 이긴장형으로 나타납니다.
5) 운동실조형(Ataxic type)
소뇌의 손상으로 인하여 다리를 넓게 벌리고 걸으며, 손의 가벼운 떨림을 보이며 자세와 평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증상을 보입니다.
진단
가족력과 임신, 출산 등에 관계된 병력, 신생아기 및 영아기의 병력에 대해 상세히 조사하여 뇌성마비의 위험인자 유무를 확인합니다. 진찰을 통해 선천기형, 신체성장의 이상, 피부소견, 눈의 이상, 간의 종대 등을 발견하는 것은 원인질환을 감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신경학적 검사를 통하여 운동 및 감각 기능, 지각, 근긴장도, 근력, 보행 등을 발달 연령에 맞추어 평가하여야 합니다. 청력, 시력 및 지능 발달 검사 등을 평가해야 하며, 뇌 CT나 MRI 검사를 통해 대뇌의 진행성 병변, 대사성 질환, 변성 질환, 뇌출혈, 뇌경색증 등을 감별해야 합니다. 갑상샘호르몬, 혈중 아미노산, 요산, 젖산, 피루브산, 소변 유기산 검사 등의 대사이상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들이 필요하며, 신경근 질환을 배제하기 위하여 근효소 검사, 근전도 검사 및 근생검이 필요합니다.
치료
뇌성마비의 치료는 환자에게 필요한 새로운 동작을 습득하게 하고, 합병증을 최대한 예방하는 것입니다. 영아기는 광범위한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로서 뇌의 변화 가능성이 많으며 운동의 경험이 적은 상태이므로 초기의 경험이 신경 간의 시냅스를 강화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증상이 고정되기 전에 발견된 운동 장애는 적극적인 치료에 의해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가 시작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는 성장 발달 과정을 고려하여 연령에 따라 적절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며, 소아청소년과 의사, 이비인후과 의사, 안과 의사, 재활의학과 의사 및 정형외과 의사, 물리 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 치료사, 임상 간호사, 심리학자, 사회사업가 등을 포함하여 종합적인 진단, 평가,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운동 치료는 환자의 자세 조절과 이동운동능력을 증진시키며, 소근육운동과 대근육운동 능력을 증진시키고 관절 구축 등의 근골격계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현재 중주신경계 발달치료(neurodevelopmental treatment (NDT))와 보이타(Vojta) 치료법의 두가지가 대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 수술 치료, 보장구 등을 병행하여 치료합니다.
약물치료는 뇌성마비 환자에게 근긴장도를 줄이기 위하여 사용되며 보조요법으로 사용됩니다. 강직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근이완제를 투여하거나 운동점을 차단하는 주사요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수술 치료는 외모와 기능을 향상시키고, 변형을 예방하거나 교정하기 위하여 시행합니다. 건 연장술이나 전위술, 손목, 발목의 관절 유합술, 선택적 후방 신경절제술 등을 시행합니다.
기타 치료로는 보장구 사용, 영양상태 개선, 호흡기 감염증 치료 등을 시행합니다.
예후
보행 가능성은 신경 운동형에 따라 차이가 있어 편마비형과 운동실조형은 가능성이 높고 경직형과 저긴장형에서는 가능성이 낮습니다. 뇌성마비 중 1/3-1/2은 어른이 되어 자주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감수 : 공주현 선생님 (부산대학교병원)